하드웨어 관련

해피 해킹 키보드 라이트 2 (Happy Hacking Keyboard Lite 2) 사용기

lsal 2007. 11. 19. 17:30
몇 달 전, 오랜 마우스 작업으로 인한 손목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Evoluent 버티컬 마우스 3 (Vertical Mouse 3) 를 구입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협소한 작업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미니 키보드를 다방면으로 물색해 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제가 구입하기 원한 미니키보드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니 키보드의 조건

(1) 당연히 키보드의 크기가 충분히 작아야 한다. 숫자 키패드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없어도 된다.
(2) 키의 크기가 일반 키보드와 동일하거나 최소한 타이핑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3) 펜타그래프 방식 (노트북 키보드 방식) 키보드의 경우 키의 반발력이 지나치게 가볍지 않아야 한다.
(4) 키보드 레이아웃이 일반 키보드와 비슷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자주 사용하는 Page Up, Page Down, Home, End, Delete 키는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5) 단축 실행키멀티미디어 키는 없어도 된다. 만약 있다면 별도의 키보드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고도 동작하여야 한다.
(6) 키보드 인터페이스PS2, USB 를 가리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많은 제품을 검색해보고 매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여러 키보드를 살펴보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인 키보드 크기가 알맞다 싶으면 키 크기도 너무 작아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 기능키의 위치가 너무 불편하게 배치되어 있어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힘들었습니다.

2. 해피 해킹 키보드 라이트 2 USB (Happy Hacking Keyboard Lite 2 USB)

숫자 키패드만 없으면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마음에 쏙 드는 몇 가지 키보드를 눈 앞에 두고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리다 결국 IT 업계 종사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있는 PFU해피 해킹 키보드 라이트 2 USB (HHKeyboard Lite 2 USB, HHKB Lite 2 USB), 한글 각인이 되어 있지 않은 검은색 제품을 구매하였습니다. :) 물론 이 키보드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타협점을 찾고 며칠 간의 마인드컨트롤(?!) 끝에 구매를 결정하였습니다. :)


해피 해킹 키보드 라이트 2 (Happy Hacking Keyboard Lite 2) 는 현재 국내에서 20만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는 해피 해킹 키보드 프로페셔널 2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2) 에 일반 키보드와 같이 별도의 방향키를 추가한 보급형 제품입니다. 라이트 2 는 쇼핑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6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해피 해킹 키보드 라이트 2PS/2, USB 두 가지 제품이 있으며 키보드 색상 역시 인터페이스별로 흰색검은색 제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2벌식 한글 각인이 되어 있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구분됩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키보드를 사용해야 할 때는 한글 각인 버전이 좋을 것 같습니다. :) USB 인터페이스 키보드는 키보드 자체에 2 포트 USB 허브를 가지고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크기는 가로 29.4cm x 세로 12cm x 높이 3.9cm 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일반 키보드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키보드의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키의 크기는 일반 키보드의 키 크기와 동일합니다. :)


해피 해킹 키보드는 크기만 작은 단순한 미니 키보드가 아닙니다. PFU 가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유닉스 (UNIX) 키 레이아웃을 적용한 키보드입니다. 컨트롤 (Ctrl) 키가 일반 키보드와는 다르게 Caps Lock 자리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컨트롤 키를 이용한 여러 단축키를 자주 사용하는 분들은 정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즐거운 컴퓨터고난기록기

노트북 키보드처럼 Fn 키로 키 아래에 표기되어 있는 기능키를 입력합니다. 다이아몬드 키는 윈도우에서는 윈도우 키, 맥에서는 커맨드 키 역할을 합니다.


백스페이스 (Backspace, BS) 키가 있던 자리에 Delete 키가 있는데 불편하신 분은 키보드의 딥 스위치 (DIP switch) 를 이용해 다시 백스페이스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Page Up, Page Down, Home, End 키는 Fn 키와 방향키의 직관적인 조합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매 결정에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부분입니다. :) 라이트가 아닌 프로페셔널 버전에는 별도의 방향키가 없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키보드 후면에 2 포트 USB 허브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USB 허브 옆에 작은 딥 스위치가 4개 있는데 각 딥 스위치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딥 스위치 중 SW2 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습니다.

딥 스위치 ->SW1SW2SW3SW4
0 (기본값)USB 허브 활성화.Delete 키 기본값Alt 키, 다이아몬드 키의 기본 배치 유지
1USB 허브 비활성화.Delete 키를 BS 키로 변환Alt 키와 다이아몬드 키의 위치 변경



3. 해피 해킹 키보드 라이트 2 사용 소감

해피 해킹 키보드의 특유한 키 배치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우 불편합니다. 단순히 오타가 늘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작업 효율 자체가 상당히 저하됩니다. 예전에 키보드를 보지 않으며 각종 단축키로 작업을 수행했다면, 바뀐 컨트롤 키의 위치와 Fn 키와 조합해서 사용해야 하는 기능키 때문에 키보드를 보면서 입력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해피 해킹 키보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다른 일반 키보드에서 작업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컨트롤 키를 눌러야 하는데 습관이 된 Caps Lock 키를 자꾸 누르기 때문입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


비단 컨트롤 키 뿐만 아니라 F1 ~ F12 기능키를 자주 사용한다면 더욱 문제가 커집니다. 기능키는 Fn 키와 조합해서 사용해야할 뿐만 아니라 F1 ~ F4, F5 ~ F8, F9 ~ F12 로 위치가 나누어져 있던 일반 키보드와 달리 숫자키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키 입력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자주 즐기는 분이나 F1 ~ F12 기능키, 숫자 입력이 잦은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해보더라도 컨트롤 키의 위치에 따른 단축키 입력의 편리함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메리트를 찾기가 힘듭니다.
가격대비 키감 또한 일반 보급형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에 비해 특별히 좋지는 않다는 것이 키보드 매니아들의 일반적인 평입니다.

하지만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유닉스 (UNIX) 키 레이아웃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리눅스 사용자IT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매우 편리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

키보드 스킨은 전용 스킨을 따로 판매하고 있지 않아서 만능 노트북 키보드 스킨이라는 주방용 랩처럼 키보드 위를 싸는 형태의 스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결코 의도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부끄럽습니다.)